본문 바로가기

1인 개발/Sunlit Garden(햇살이 머무는 정원)

나는 농장보다 ‘정원’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반응형

5월 10일, 햇살이 머무는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게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고 예쁜 농장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작물을 심고, 물을 주고, 수확하고, 조금씩 돈을 모으는 게임.
익숙하고 안정적인 구조였고, 나도 그런 게임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2D 픽셀 농장 게임을 떠올렸다. 작은 캐릭터가 밭을 갈고, 풀을 치우고, 집 주변을 조금씩 정리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만들수록 조금씩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시스템은 농장 게임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내가 머릿속으로 계속 떠올리는 장면은 농장 그 자체가 아니었다. 네모난 밭이 늘어나고, 작물이 줄지어 자라고,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풍경보다 더 자주 생각나는 것은 낡은 집 앞의 조용한 정원이었다.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마당.
마른 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아직 아무도 돌보지 않은 우편함.
조금 낡았지만 버려지지는 않은 집.
어딘가에서 새가 울고, 플레이어가 천천히 풀을 밟고 지나가는 장면.

 

나는 농장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2D 픽셀도 처음에는 좋은 선택처럼 보였다. 작고 예쁜 농장 게임에는 잘 어울리는 방식이니까. 하지만 내가 원했던 아트 방향과는 조금씩 어긋났다. 나는 선명한 픽셀 타일보다, 물감이 번진 듯한 색감과 손으로 그린 듯한 질감을 더 원했다. 수채화 코지 풍의 화면, 도르도뉴 같은 따뜻하고 아날로그적인 공간감에 더 끌렸다.

물론 2D 픽셀로도 아름다운 게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문제는 픽셀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싶은 화면이 그쪽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결국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기존 2D 구조를 계속 붙잡고 있으면, 계속 “조금 다른 게임”을 만들게 될 것 같았다. 내가 상상하는 정원은 납작한 타일맵보다, 공간 안을 직접 걸어 다니는 감각에 가까웠다. 집 앞에서 우편함까지 걸어가고, 마른 풀을 지나고, 작은 물가를 발견하고,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흐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3D로 다시 잡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완전한 사실적 3D가 아니라, 오소그래픽 카메라를 사용하는 3D/2.5D에 가깝다. 세계는 3D 공간으로 만들고, 캐릭터와 오브젝트는 나중에 수채화나 종이 인형 같은 컷아웃 스타일로 얹어보려 한다. 지금은 아직 하얀 박스와 임시 오브젝트가 많지만, 구조는 그쪽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는 기본적인 플레이 루프를 다시 쌓는 중이다.

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농사 루프, 나무와 돌 같은 자원을 모으는 루프, 제작, 상점, 우편함 의뢰, NPC와의 간단한 대화, 저장과 불러오기 같은 기초 시스템을 하나씩 3D 구조 위에 올리고 있다. 아직 보기 좋은 화면은 아니지만, 게임이 돌아가기 위한 뼈대는 조금씩 생기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이 게임이 어떤 장소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이다.

배경음악을 계속 틀어놓는 대신, 바람 소리나 새소리, 풀을 밟는 소리, 물가의 소리 같은 환경음이 공간을 채우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큰 보상음이 울리는 것보다, 정원이 아주 조금 살아나는 듯한 조용한 변화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캐릭터는 임시 형태에 가깝고, 월드는 아직 테스트장처럼 보인다. 집도, 정원도, 상점도, 우편함도 앞으로 계속 다듬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조금 더 분명해진 것 같다.

나는 농장보다 정원을 만들고 싶었다.

작물을 많이 키우는 공간보다, 머물고 싶은 장소.
효율적으로 확장하는 땅보다, 조금씩 회복되는 집과 마당.
화려한 배경음악보다, 바람과 풀과 새소리가 먼저 들리는 정원.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아직 임시이지만, 지금은 햇살이 머무는 정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앞으로 이 정원이 정말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될 수 있을지, 천천히 확인해보려고 한다.

 

5월 10일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벌써 몇 번이나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그 과정이 완전히 헛돌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2D 픽셀 농장 게임을 만들어보려 했기 때문에,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분명해졌다.

반응형